에세이 · 비율
비율은 전체의 한 조각이 아니다
퍼센트가 100%를 넘어도 괜찮은 이유
비율은 A의 크기를 1이라고 불렀을 때 B가 갖는 크기다. 두 양을 견주기 위한 값일 뿐, B가 A에서 떼어 온 조각이라는 약속은 어디에도 없다. 전체의 일부를 뜻하는 것은 비례라는 특수한 경우뿐이고, 0과 1 사이에 갇히는 것도 그때뿐이다. 그래서 퍼센트는 100%를 넘을 수 있다 — 150%는 1.5배라는 뜻이다.
우리는 대부분 비율을 피자 조각으로 처음 배운다. 여덟 조각 중 두 조각이 25%. 그림이 선명해서 오래 남고, 배터리 잔량이나 다운로드 막대처럼 매일 보는 것들도 100까지 차오르니, 퍼센트라면 응당 무언가의 일부여야 한다는 믿음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는다.
문제는 세상의 비율 대부분이 무엇의 일부도 아니라는 것이다. 경사 40%인 러닝머신, 400% 붙은 되팔이 가격, 8% 오른 집값. 이것들을 전부 "전체 중 얼마"라는 틀에 밀어 넣으려 하면 숫자가 갑자기 말이 안 되기 시작한다.
비율이 실제로 말하는 것
두 양 A와 B가 있다고 하자. A의 크기를 1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 눈금 위에서 B는 얼마인가. 그 답이 비율이다. B를 A라는 단위로 다시 적은 것이고, B가 A에서 나왔는지 아닌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과일 당도 비교표가 딱 그렇다. 사과의 당도를 1로 두면 바나나는 1.17이 된다. 1을
넘었지만 모순이 아니다. 바나나는 애초에 사과의 한 조각이 아니었다. 그저 그 기준으로 쟀을 때
1.17배라는 뜻이고, 퍼센트로 적으면 117%다.
퍼센트는 여기서 단위만 바꾼 것이다. A의 크기를 1 대신 100이라고 부르면 그게 퍼센트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눈금을 100배로 확대한 같은 비율이다.
그러면 비례는 뭔가
비례는 조건이 하나 더 붙은 비율이다. 위에 놓인 것이 아래에 놓인 것 안에 들어 있어야 한다. 100만 원 예산에서 40만 원을 썼다면 그 40은 100에서 떼어 낸 것이므로 비례다. 이때는 값이 1을 넘을 수 없고, 퍼센트도 100%를 넘을 수 없다.
즉 상한선은 비율의 성질이 아니라 부분이라는 조건의 성질이다. 모든 비례는 비율이지만, 대부분의 비율은 비례가 아니다.
| 값 | 무엇과 무엇을 견주나 | 100%를 넘을 수 있나 |
|---|---|---|
| 예산에서 쓴 몫 | 부분과 그 자신의 전체 | 없다 — 비례다 |
| 확률 | 해당 경우와 전체 경우 | 없다 — 비례다 |
| 시장 점유율 | 한 회사와 시장 전체 | 없다 — 비례다 |
| 도로·러닝머신 경사도 | 올라간 높이와 나아간 거리 | 있다 — 100%는 45°다 |
| 1년 성장률 | 올해 크기와 작년 크기 | 있다 — 250% 성장도 흔하다 |
| A값과 B값의 가격비 | 서로 무관한 두 가격 | 있다 — 포함 관계가 없다 |
| 국가부채비율 | 부채 잔액과 한 해 GDP | 있다 — 200%를 넘는 나라도 있다 |
비율은 분수와 같은 것인가
분수는 표기이고, 비율은 그 표기가 담을 수 있는 의미다. 3/4라고 적어도 3이 4에서
떼어 온 것인지, 그냥 4를 기준으로 잰 것인지는 기호만 봐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5/4는 비교로는 멀쩡하고 전체의 몫으로는 불가능하다. 같은 기호, 다른 주장.
비(rate)는 여기서 단위만 달라진 경우다. 시속 60km, 킬로그램당 가격, 나아간 거리당 올라간 높이. 경사도는 그 마지막 것을 퍼센트로 적은 것이고, 그래서 40% 경사는 100m 나아갈 때 40m 오른다는 뜻이지 40도가 아니다.
뉴스 문장 넷을 다시 읽어 보면
이 틀 하나면 기사에서 마주치는 숫자들이 그 자리에서 풀린다. 각 문장에서 무엇이 100이고 무엇이 그에 대응하는 값인지만 찾으면 된다.
| 문장 | 100으로 부른 것 | 그래서 뜻하는 것 |
|---|---|---|
| "400% 웃돈을 붙여 되팔았다" | 원래 매입가 | 웃돈만 400, 판매가는 500 — 원가의 5배 |
| "최대 40% 경사를 지원하는 러닝머신" | 수평으로 나아간 거리 | 100 갈 때 40 오른다 (약 21.8°) |
| "바나나의 당도는 사과 대비 1.17" | 사과의 당도 (여기선 1) | 바나나가 1.17배 달다 |
| "집값이 1년 새 8% 올랐다" | 작년 집값 | 올해는 108 — 오른 몫만 8 |
네 문장 중 전체의 조각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전부 말이 된다. 비율이 원래 그런 물건이기 때문이다.
진짜 이득은 따로 있다: 원래 크기를 몰라도 된다
조용히 따라오는 결과가 하나 있고, 이게 이 이야기가 시리즈의 1장인 이유다. 비교를 위한 값을 손에 쥐는 순간 원래 크기는 필요 없어진다. 우리는 사과와 바나나에 당이 몇 그램 들었는지 끝내 배우지 않는다. 배울 필요가 없다. 1.17은 그 숫자가 무엇이었든 그대로 살아남는다.
이 습관이 미적분을 가능하게 한다. 미분은 입력의 미세한 변화와 출력의 미세한 변화를 견주는데, 둘 다 재기엔 너무 작다. 하지만 비교를 위한 값은 측정값을 요구하지 않고 관계만 요구한다. 경제학 교과서의 "한계"가 바로 그것이다.